들어가며
앞서 우리는 MCN의 ‘정체’에 대해 살펴보았다. 콘텐츠 창작자와 플랫폼 중간에 위치하여 양단의 경제적 가치 창출 활동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MCN의 정체성을 규정하였고, 그 관여의 범위가 생비자, 플랫폼, 콘텐츠 유형 등에 따라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MCN을 정의하는 방식이 ‘기획사 혹은 중개자’라는 개념에서는 통일되나, 활동 범위가 시·공간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디어 생태계 속에서 MCN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는 노력과 활동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 모두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다시 초두로 돌아가보자. 1인 미디어 생태계를 견인할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MCN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MCN이 등장한 원유는 웹(Web)의 진화 과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기술의 진화 단계는 웹의 서비스 방식과 모델에 따라 Web 1.0, Web 2.0, Web 3.0으로 구분되는 게 통상적이다. Web 1.0 시기는 웹기술이 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간의 기간을 뜻하며 인터넷 홈페이지, 포털 사이트 등의 사업자가 정보(콘텐츠)를 를 생산, 관리하며 이용자에게 일방향적으로 유통하는 패턴을 보인다. Web 2.0 시기의 핵심 키워드는 참여, 개방, 공유로, 이 시기는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며 소통하는 시기를 뜻한다. Web 1.0 시기에 ‘정보’가 연결되어있었다면 Web 2.0 시기에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Web 3.0 시기는 시맨틱 웹 기술을 중심으로 컴퓨터가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시기다.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Web 2.0 시기와 다를 바 없지만 점차 개인화, 지능화된 웹 기술을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은 웹이 진화한 단계를 Web 1.0, Web 2.0, Web 2.5, Web 3.0으로 구분하고, 이러한 통시적 흐름 위에서 MCN의 탄생과 성장 배경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시기별 특이점을 요약하면, Web 1.0 시기는 제작자에서 이용자로 콘텐츠가 일방적으로 제공되며 이용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상으로 제한된다. Web 2.0과 Web 2.5 시기의 이용자는 콘텐츠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생산하고 유통하는 대상으로 범위가 확장된다. 마지막 Web 3.0 시기의 이용자는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 소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산출[1]하는 주체로서 기능한다. 그림1은 기술 및 웹 환경의 변화와 국내와 미국의 MCN의 탄생 과정을 도식화한 것으로 아래 글을 읽으며 참조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림1. MCN 산업의 등장 과정 도식화
Web의 진화와 MCN의 탄생
Web 1.0 시기 : 웹캐스팅 서비스의 등장(1995-2005년)
Web 1.0 시기는 데이터 압축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작되었다. 1995년 동영상 압축 기술이 개선되면서 동영상 전송 기술이 발전하였고, 이러한 기술적 토대 위에서 웹캐스팅(Web Casting) 서비스가 등장하였다. 웹캐스팅이란 말 그대로 인터넷을 이용한 방송, ‘인터넷 방송’을 뜻한다. 1996년 미국 NBC 방송국이 애틀랜타 올림픽을 시험 생중계하면서 인터넷 방송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며, 국내의 경우 1995년 10월 KBS가 지상파 최초로 인터넷 방송을 시도[2]하였다. KBS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별도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용이하게 인터넷 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고 기존 자사 방송콘텐츠를 인터넷 방송에 적극 활용하였다. 그러나 기존 방송콘텐츠를 인터넷에 ‘재’송출하는데 그쳤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웹캐스팅 서비스가 등장한 후 다양한 인터넷방송사가 속속 등장하였다. 1995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웹캐스팅의 개척자로 언급되는 Broadcast.com은 초기에는 주로 스포츠 이벤트를 생중계하다가 이후 스포츠, 대담, 라디오 음악, TV, 뉴스, 오디오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였다. 다만 당시의 수많은 독립 인터넷방송사와 마찬가지로 Broadcast.com은 안정적인 수익모델 구축에 실패하였고, 1999년 4월 1일 Yahoo!에 인수되었다. 국내의 경우 2004년 10월 최초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판도라TV가 출범했다. 판도라TV는 유튜브 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동영상 사이트로 국내 UCC(User Created Contents), UGC(User-Generated Contents) 시장을 선도하였다. 뒤이어 아프리카TV가 2005년 더블유(W)라는 서비스명으로 클로즈 베타서비스를 시작하였고 2006년 3월 정식 오픈하였다.
Web 2.0 시기 : 인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등장(2005-2007년)
유튜브는 2005년 2월 <Broadcast Yourself> 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설립되었다. 유튜브는 개인 이용자가 제작한 동영상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UCC, UGC 영상이 주를 이루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다. 전 세계 이용자 누구나 유튜브에 동영상을 제작·공유할 수 있으며, 초기에는 개인 창작자들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하다가 기존 콘텐츠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인기를 끌면서 창작 콘텐츠 유형이 점차 다양해졌다.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유튜브가 독보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구글이 운영하던 광고 프로그램 애드센스(AdSense)가 유튜브에 도입되었다. 애드센스 도입 이후 동영상 재생 전·후에 삽입되는 광고, 배너 형태로 제공되는 배너 광고(Banner Advertising) 등 다양한 유형의 광고가 도입되었고, 광고 영상 노출시간과 광고에 연결된 url 클릭 수로 광고비를 부과하는 트루뷰(TrueView) 광고 방식도 시행 중이다. 트루뷰는 이용자에게 광고 건너뛰기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광고 시청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광고 유형으로, 이용자가 광고 시청을 승인한 경우의 몰입도가 크다는 장점[3]을 지니고 있다.
Web 2.5 시기 : 유튜브MCN의 등장(2007년)
2007년 5월, 유튜브는 애드센스 기반의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ouTube Partner Program)을 만들고 광고로 얻은 수익을 동영상 업로더(크리에이터, BJ 등)가 일부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략 광고 수익의 45%는 유튜브가, 55%는 동영상 업로더(개인 창작자)에게 분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튜브의 수익배분정책 도입으로 개인 창작자들이 본격적으로 유튜브에 유입되기 시작하였고, 개인적 창작 욕구를 넘어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서 동영상이 제작·공유되기 시작하였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개인 창작자의 콘텐츠 제작 품질은 점차 향상되었고 유튜브는 인기 크리에이터 확보를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해나가고 있다.
수익 창출에 대한 유튜브와 콘텐츠 창작자 모두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개인 콘텐츠 창작자와 유튜브, 광고주를 연결하는 중개자로서 MCN이 등장하였다. 유튜브는 MCN을 “여러 YouTube 채널과 제휴한 제3의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잠재고객 확보, 콘텐츠 편성, 크리에이터 공동작업, 디지털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 및 판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중 채널 네트워크”로 정의하였다. 또한 MCN 가입 여부가 YouTube 크리에이터에게 매우 중요한 선택임을 언급하며 MCN과 크리에이터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Web 3.0 시기 : 다양한 MCN의 시장 진출(2007년~현재)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익배분이 시행된 시기인 2007년 5월 이후, 괄목할 만한 MCN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머시니마(Machinima, 2007년), 어섬니스TV(AwesomenessTV, 2012년), 메이커스튜디오(Maker Studio, 2009년), 베보(Vevo, 2009 년) 등을 대표 글로벌 MCN으로 꼽을 수 있다. 머시니마는 게임, 그래픽,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만든 동영상이 주를 이루고, 어섬니스TV는 코미디, 음악, 리얼리티 장르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메이커스튜디오는 게임, 스포츠, 음악, 뷰티, 만화 등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폭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1년 5월부터 유튜브의 수익배분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다소 뒤늦게 유튜브MCN이 도입되었다. 이후 2013년 7월 CJ E&M이 첫 국내 MCN인 크리에이터그룹(Creator Group)을 출범하였다. 크리에이터그룹은 2015년 5월 사업팀 명칭을 다이아TV(Digital Influencer&Artist TV)로 바꾸고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플랫폼 확대’, ‘글로벌 진출’을 기치로 내걸은 바 있다. 이후 MCN 스타트업(비디오빌리지, 트레져헌터, 쉐어하우스 등)이 시장에 등장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디오빌리지는 2014년 국내에서 MCN벤처를 시작하였으며, 트레져헌터는 2015년 1월 설립 이후 4월 기준 자사 콘텐츠 시청 횟수 17억 뷰, 유튜브 채널의 총 구독자 725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상파 방송사도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불어 온 새로운 물결의 흐름을 타기 위해 MCN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KBS가 국내 지상파 방송사 최초로 MCN 스튜디오 ‘예띠 스튜디오’를 오픈하였고 벤처 MCN 기업인 트레저헌터와 해외 공동진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수립을 강구하고 있다. MBC는 현직 PD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모바일예능콘텐츠 ‘엠빅TV’를 설립하였으며, SBS는 모바일콘텐츠브랜드 ‘모비딕’을 론칭하였다.
정리하며
지금까지 우리는 웹이 진화해 온 시기별 특징과 MCN 등장 전·후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MCN 산업의 등장 과정을 도식화 한 그림1을 살펴보면, MCN의 탄생은 동영상 압축 기술의 발전 위에서 도래하였고 스마트폰 등 새로운 미디어 기기의 도입, 초고속 디지털 전송기술, 3G/4G 등 통신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MCN 도입 시기와 배경을 구분하여 살펴보았을 때 다소 차이가 발견된다. 국내의 경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등장 시기가 미국보다 빠른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MCN 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2004년 판도라TV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였고, 뒤이어 이듬해에 유튜브가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국내 아프리카TV는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해인 2006년 국내 시장에 진출하여 괄목할 만한 성장을 꾀하였다. 더욱이 아프리카TV는 구독자가 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 BJ)에게 보낸 별풍선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동영상플랫폼의 서비스 개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도 한발 빨랐던 국내 1인 방송 시장에 MCN 도입이 지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아프리카 TV의 수익 창출 방식으로 돌아가보면, 별풍선 시스템에서 수익의 규모를 결정하는 주체는 이용자(구독자)이다. 다시 말해 어떤 크리에이터에게 얼마어치의 별풍선을 보낼지 결정하는 건 철저히 독자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있는 것이다. 때문에 콘텐츠 창작자와 플랫폼사업자 사이에서 양단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고 누구도 개입할 여지가 없는 구조였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후 곧바로 애드센스[4]를 도입하면서 ‘광고’를 통한 수익배분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경제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담당자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MCN이 그 자리를 메운 것으로 설명된다.
전통적 미디어산업의 구조는 생산자(제작), 소비자(이용), 그리고 광고로 구분된다[5].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성되어 있던 아프리카 TV의 사업 구조와 달리 유튜브가 광고주를 비즈니스 모델 내부로 적극적으로 유입시키면서 수익 모델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까지 MCN의 등장과 발전을 웹의 진화 과정에 비견하여 살펴보았다. 웹캐스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시장은 이제 MCN이라는 새로운 사업 환경 하에 존재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에서 보듯, 이제 MCN의 미래는 단순히 플랫폼이나 콘텐츠, 사업 모델의 하나로 규정되기보다는 이들을 어떻게 연결시킴으로써 이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웹의 역사는 이러한 미래를 사유하는 데 유용한 디딤돌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MCN의 정체를 규명하려는 노력을 통해 더 나은 미래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PWC(2014). Multichannel Networks: Complementary or Competitor?
[2] 삼성경제연구소(2000). 인터넷 방송의 현황 및 전개방향.
[3] 전하나 (2012. 9. 17). 유튜브, ‘트루뷰 광고’ 모바일로 확대. ZDNet Korea.
[4] 애드센스는 구글이 운영하는 키워드 검색광고 시스템인 애드워즈와 대비되는 광고 프로그램으로 개별 웹페이지 광고모집시스템을 뜻한다(박준석, 2011). 구체적으로 이용자가 웹페이지에서 애드센스 광고를 클릭하면 광고주가 구글에 광고비를 지급하고 구글은 이 광고비를 웹사이트 사업자와 나누어 갖는 구조를 지닌다.
[5] 유재천 외(2010).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커뮤니케이션북스.